돌봄 로봇에 편안함과 신뢰를 설계하다
호드 립슨(Hod Lipson)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
로봇공학은 의료 현장을 점점 더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지능형 기계는 최소침습 수술과 병원 물류부터 진단, 재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 의료 전문가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설계와 기능이 계속 발전하면서, 새로운 로봇 모델들은 의료 보조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돌봄 인력의 업무를 보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돌봄 로봇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알아보기에 앞서, 우선 기계가 인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요인들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인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의 로봇공학 및 인공지능, AI 연구자인 호드 립슨(Hod Lipson)은 소프트 로보틱스와 표현형 기계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립슨은 돌봄의 미래가 단순히 힘이나 민첩성에만 달려 있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그 핵심은 로봇이 적절한 순간에 짓는 미소처럼, 미묘하지만 매우 인간적인 신호를 통해 우리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죠. 이 글에서는 립슨의 관점이 돌봄 로봇의 전체 로드맵을 어떻게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지, 그리고 왜 정서적 편안함이 로봇 설계의 진정한 최전선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계속 변화하는 로봇공학의 목표
립슨이 이끄는 로봇 연구실은 오랜 기간 유연한 소재, 적응형 액추에이터, 힘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왔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로봇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안전하게 들어 올리고, 지탱하고, 보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휠체어에서 사람을 들어 올리거나, 목욕을 돕거나, 이동 중 균형을 잡아주는 일처럼 신체적으로 가장 힘든 돌봄 업무는 기술적으로도 가장 복잡한 과제에 속합니다. 이런 일에는 로봇공학자들이 수년 동안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부드럽고 유연한 몸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업무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도 필요한 법입니다. 립슨은 신뢰가 부드러운 물리적 접촉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신뢰는 로봇의 얼굴이 사람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고, 그 로봇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게 만드는지에서 시작된다고 보는 거죠.
립슨은 지난 10년 동안 소프트 로봇이 부드러운 손이나 코끼리 코 같은 팔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오랫동안 그 방향으로는 발전하지는 않았으며, 얼굴 표정이야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소프트 로봇의 발전 방향이었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립슨의 연구에서 나온 한 관찰 결과에서 찾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대화할 때 약 50%의 시간 동안 말하는 사람의 입술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립슨은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로, 로봇공학과 AI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상 경력이 많은 연구자이자 교육자, 커뮤니케이터입니다. 그는 Esquire 매거진의 “Best & Brightest”, Popular Science의 “미국에서 가장 멋진 연구실 25곳”, Forbes의 “세계 7대 데이터 과학자” 등 여러 평가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그의 TED 강연은 AI 분야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강연 중 하나이며, 2023년 뉴욕타임스 기사 “What’s Ahead for A.I.”에서도 핵심 인물로 소개되었습니다.
왜 사람을 들어 올리는 일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돌봄 로봇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가장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에 로봇이 투입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사람을 들어 올리고, 계단을 내려갈 때 지탱해주고, 이동을 돕고, 목욕을 보조하는 일 말이죠. 이런 일들은 돌봄 인력에게 큰 부담을 주며, 문제가 생길 경우 실질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립슨 역시 소프트 로봇이 신체적 돌봄 업무부터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업무는 오히려 가장 마지막에 수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소프트 로봇 개발의 주 목적은 초기에는 신체적인 돌봄 업무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실제로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보게 된 거죠.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보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서두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는 사람의 몸 전체를 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며, 많은 힘이 필요하고, 또한 많은 신뢰가 필요하다고 립슨은 보고 있습니다.
이동을 돕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실수만 있어도 심각한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계단에서 체중을 옮기는 순간 작은 실수만 생겨도 부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기계적 완성도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로봇이 개인적이고 위험 부담이 큰 돌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립슨은 이런 신뢰와 편안함이 형성되기까지 약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미래로 가는 길은 신체 노동보다 훨씬 단순한 일에서 시작됩니다.
돌봄 로봇에 익숙해지는 과정
립슨이 로봇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초기 적용 분야가 로봇이 사람을 직접 만지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건을 정리하고, 음식을 가져다주고, 물건을 치우고, 주변을 정돈하는 일들 말이죠. 이런 작업은 평범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더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사람들이 물리적 접촉 수준의 신뢰를 요구받지 않으면서도, 로봇이 집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에 익숙해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죠.
그 다음에야 립슨은 돌봄 로봇이 두 번째 단계, 즉 동반자 역할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립슨은 이미 반려동물 같은 로봇들이 나오고 있으며,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역할 정도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부수적인 기능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반자 로봇이 실제로 무엇을 제공하는지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립슨은 자신의 할머니를 통해 이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100세였던 그의 할머니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같은 이야기와 같은 질문, 같은 관찰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립슨은 같은 대화를 계속 반복하며 듣는 일이 할머니에게는 매우 즐거웠지만, 돌봄 인력에게 있어서는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인 돌봄 인력은 반복적인 대화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은 그렇지 않습니다. AI는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매력적인 요소라고 립슨은 생각합니다.
그는 또한 로봇이 앉아서 보드 게임을 하고, 같은 농담을 50번 들어주는 부분, 바로 그런 일을 AI가 매우 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반자 역할은 외로움을 줄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바로 이 단계에서 로봇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얻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단순한 대화 중에도 로봇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옷 입는 것을 돕거나, 계단을 내려가도록 안내하거나, 욕실 옆에 서 있는 로봇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리고 그 수용 가능성은 로봇의 얼굴과 행동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로봇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주의 깊어 보이는지, 타이밍이 상황과 잘 맞는지, 표정이 불확실함이 아니라 안전함을 전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50자유도의 문제
놀라운 신체 능력을 보여주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떤 로봇 연구실에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득력 있는 얼굴을 갖춘 로봇을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머노이드를 제작했으며 공중제비, 달리기, 걷기를 구현시키기도 하지만, 그중 얼굴 표정이 존재하는 휴머노이드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제품이든 모두 얼굴 표정이 빠져 있다는 거죠. 얼굴은 정말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립슨은 말합니다.
그 이유는 로봇공학자들이 사용하는 ‘자유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유도란 하나의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독립적인 움직임을 조율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다리는 약 10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손은 약 20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얼굴은 약 50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고, 인간 간의 소통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작용은 이 50개의 근육을 특정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과 관련되어 있으며,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 바라보고, 말하고, 입술을 움직이고, 눈을 움직이고, 찡그리는 것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립슨은 말합니다.
이 모든 부분을 조율하는 일은 매우 어렵죠. 하지만 진짜 과제는 기계적인 문제에만 있지 않습니다. 심리적인 문제도 존재하죠.
손을 잘못 움직이면 괜찮지만, 미소를 잘못 지으면 정말 섬뜩하다고 립슨은 말합니다.
인간은 얼굴을 자동적으로, 그리고 매우 민감하게 읽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소가 아주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나거나 비대칭적으로 보이면, 사람들은 그것을 “거의 맞다”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쾌한 듯,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본능적인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신뢰가 전부인 돌봄의 영역에서는 단 한 번의 어색한 표정이 몇 주 동안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은 단순히 있으면 좋은 기능이 아닙니다. 다른 모든 기능의 전제 조건이 될 수밖에 없죠.
자연스러워 보이는 법에 대한 학습
립슨의 연구실은 26자유도를 가진 로봇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얼굴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표정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로봇은 온라인 영상 자료를 포함한 대규모 인간 영상 데이터를 학습해, 실제 인간 표정의 통계적 패턴을 익힙니다.
하지만 과제는 단순히 기계 장치를 작동시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맥락, 그리고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수천 가지 행동에 대한 미세한 조정입니다. 미소는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야 하고, 대화의 정서적 분위기와 맞아야 하며,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합니다.
그것이 제대로 구현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나죠.
로봇이 입술을 움직이고 이를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면, 거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순간에는 거의 마법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 ‘마법’이야말로 신체적 돌봄으로 가는 문을 엽니다. 얼굴이 로봇을 더 강하게 만들어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 다음 단계에서야 로봇을 신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드럽지 않아도 유연할 수 있다
립슨의 연구팀은 아직 처음 목표로 했던 수준의 진짜 같은 로봇 미소를 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유연한 소재와 적응형 제어가 결국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그 시점은 로드맵의 조금 뒤쪽에 있습니다.
로봇이 실제 신체적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공장용 로봇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행동 방식이 필요합니다. 트랙터라면 장애물을 만나도 밀고 나가길 기대하겠죠. 하지만 돌봄 로봇이라면 사람이 밀어냈을 때 물러서길 기대할 것입니다.
이 원칙, 즉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대신 양보하는 성질을 로봇공학자들은 ‘컴플라이언스’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립슨의 관점은 흥미롭습니다. 컴플라이언스가 반드시 부드러운 소재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딱딱한 로봇이라도 거의 부드럽게 느껴지도록 제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소프트웨어가 그것을 일종의 조심스러운 존재처럼 만들기 때문이라고 립슨은 설명합니다. 충분한 센서가 저항 데이터에 대해 피드백한다면, 금속 프레임을 가진 로봇도 사람이 밀어내는 순간 바로 물러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로봇은 자신의 계획을 억지로 수행하려는 기계가 아니라, 허락을 기다리는 조심스러운 도우미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물리적 소재를 통해 구현하든,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하든, 물리적 보조가 시작되면 컴플라이언스는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물리적 접촉은 신뢰 이후에 옵니다. 그리고 신뢰는 하루하루, 상호작용 하나하나를 통해 반복적으로 별일 없이 성공하는 경험 속에서 쌓입니다. 결국 로봇이 곁에 두어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까지 말입니다.
소재는 거들 뿐,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야
엔지니어들에게 돌봄 로봇의 장벽을 물으면, 그들은 복잡한 기술적 과제를 나열할 것입니다. 액추에이터, 센서, 전력 시스템, 비용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립슨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그는 소프트 로봇의 심리학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환경이 더 민감해질수록 그 중요성은 더 커집니다. 노인 돌봄은 흔히 주요 시험 무대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립슨은 이를 아동 돌봄과 교육처럼 훨씬 더 어려운 영역으로 가는 첫 단계로 봅니다. 그런 영역에서는 수용성과 안전 기준이 훨씬 더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새로운 기술에 쉽게 신뢰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특히 취약한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지금 바로 그런 과정을 겪고 있죠. 립슨은 자율주행차는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불편해하지만, 몇 번 타보면 편안해진다는 예시를 들었습니다.
돌봄 로봇도 비슷한 길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 다만 위험 부담은 더 크고, 받아들여지는 속도는 더 느릴 것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로봇이라도 사람들이 그 곁에 있기를 거부한다면 아무런 차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배포 로드맵은 엔지니어들이 예상하는 순서와 다릅니다. 가장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 즉 들어 올리기, 목욕 보조, 이동 보조는 동시에 가장 높은 신뢰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더 단순한 상호작용에서 먼저 쌓여야 합니다. 별일 없이 집 안을 돌아다니는 로봇, 사람을 압박하지 않는 로봇,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로봇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립슨은 계속해서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기준으로 돌아오는 거죠.
결국 그는 로봇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며, 이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말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정상적이라는 것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미소를 의미합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주의 깊게 느껴지는 시선, 언어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움직이는 입술, 그리고 인간이 찰나의 순간에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곁에 있어도 안전한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작은 신호들을 의미합니다.
공중제비를 돌 수 있는 로봇도 아직 자연스럽게 웃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로봇이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기 전까지, 아무리 정교한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이 있어도 신체적 돌봄으로 가는 길은 아주 작은 표정 하나에 가로막혀 있을 것입니다.
가장 복잡한 돌봄 업무들은 결국 실현될 것입니다. 하지만 로봇이 더 단순한 일을 먼저 익힌 뒤에야 가능해질 것입니다. 바로 사람이 로봇과 같은 공간에 머물러도 편안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이죠.
그 시작은 바로 ‘미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