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더 스마트한 전자 폐기물 분해 기법

(출처: ©Fraunhofer IFF, 승인 하에 사용)
전 세계 전자 폐기물(e-waste) 배출량이 연간 5000만 메트릭톤을 초과하면서[1]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한 재활용 솔루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자 폐기물 관리가 주(州) 차원의 규제와 민간 재활용 회사에 의해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같은 대규모 전자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자동화 기술이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전자 폐기물 처리와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라운호퍼 IFF(Fraunhofer Institute for Factory Operation and Automation IFF)와 같은 기관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다양하고 오래된 전자제품들의 처리 문제
전자 폐기물 재활용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재활용 센터에 유입되는 제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재활용 회사들은 휴대전화기, 노트북PC에서부터 산업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기들이 뒤섞여 들어오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들 중 다수는 디지털 도면, 부품 목록, 조립도, 또는 표준화된 설계 내용이 없어 재활용 회사가 필요한 원재료를 분리하여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적인 재활용 방식에서는 기기를 수작업으로 분해하여 금속, 플라스틱, 회로 기판을 분리한다. 예상할 수 있듯이, 이 과정은 매우 더디고 노동 집약적이며, 때로는 유해 물질을 다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경우, 전자 기기는 완전히 파쇄되기도 한다. 이 방법은 금이나 은과 같은 재료를 회수할 수 있지만,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다른 중요한 원자재는 이 과정에서 손실되는 경우가 많다.
프라운호퍼 IFF의 로봇 시스템 및 산업용 로봇 그룹 매니저인 호세 사엔즈 박사(Dr. José Saenz)는 ”오래된 컴퓨터나 휴대폰을 가져다가 파쇄하면 커다란 슬러지가 된다. 그런 다음 금, 은, 백금 등을 추출해 내기 위한 몇 가지 화학 공정이 진행된다. 이러한 공정을 통해 금속을 회수하는 건 가능하지만, 플라스틱은 분리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료 회수의 비효율성은 장기적 사용과 재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자 제품을 설계하는 진정한 순환 전자 경제(circular electronics economy)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다.
분해 방식의 혁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엔즈 박사와 그의 팀은 인공지능(AI) 기반 로봇 기술을 활용하여 전자 제품의 분해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다. 기존의 자동화 방식은 사전 정의된 프로그램에 의존하지만, 첨단 로봇 기술은 더욱 적응력이 뛰어나서 컴퓨터 비전, 힘 감지 액추에이터,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재료들을 처리할 수 있다.[2]
사엔즈 박사는 그의 팀이 진행중인 ”재제조(remanufacturing) 및 재활용을 위한 전자제품 지능형 분해(Intelligent Disassembly of Electronics for Remanufacturing and Recycling, iDEAR) 프로젝트“ 접근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그림 1). 이 프로젝트는 현재로서는 한 가지 제품 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 작업 범위를 점점 더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우리는 PC 제품에 집중하고 있으며, 메인보드를 분리하여 추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는 이 과정을 자동화하고자 한다. 이 프로세스를 제대로 구축하면, 다른 제품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핵심 아이디어다."

그림 1: iDEAR 프로젝트의 PC 분해 작업. 오래된 전자 제품을 자동으로 분해하여 귀중한 재료를 회수하고 전자 폐기물을 줄이는 과정. (출처: ©Fraunhofer IFF, 승인 하에 사용)
로봇이 특정 X, Y, Z 좌표를 따르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대신, 프라운호퍼팀은 분해를 위한 일반적인 스토리보드 기반 시퀀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로봇은 필요한 도구를 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인간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고 다양한 전자 제품에 확장 가능한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센서, AI 기반 비전, 그리고 힘 감지 로봇 기술
프라운호퍼팀은 강화 학습과 모방 학습의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로봇이 전자 기기를 분석하고 분해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강화 학습에서는 로봇이 다양한 방법으로 부품을 제거하는 훈련을 하며, 작업을 올바르게 수행할 경우 보상을 받음으로써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향상된다. 모방 학습에서는 인간 작업자가 로봇에게 분해 과정을 직접 안내하고, 로봇은 이러한 동작을 모방하여 학습한다 (그림 2).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스템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지침 없이도 다양한 기기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그림 2: 연구원이 로봇 팔을 안내하여 전자기기를 자율적으로 분해하도록 훈련하는 모습. (출처: ©Fraunhofer IFF, 승인 하에 사용)
프라운호퍼 시스템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술은 다음과 같다:
- 컴퓨터 비전 및 Al: 첨단 물체 감지 알고리즘(예: YOLO(You Only Look Once)와 물체 감지기)을 활용함으로써, 알려지지 않은 제품들이 섞여 있는 경우에도 로봇이 실시간으로 부품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 힘 감지 액추에이터: 힘-피드백 메커니즘이 장착된 로봇이 저항을 감지하여 접근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정된 나사, 뒤틀린 케이스 또는 섬세한 부품을 손상 없이 처리할 수 있다.
- 모듈형 도구: 이 시스템은 로봇이 드라이버, 그리퍼, 커터 등과 같은 도구들을 교체해가면서 분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DPP)은 "각 제품의 원산지 표기, 재료, 환경 영향 및 폐기 권장 사항에 대한 종합 정보"를 제공하며, 향후 재활용 작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3]
자동화된 분해 기술의 파급 효과
유럽연합(EU)이 ”수리할 권리(Right-to-Repair: 전자기기 수리권)“ 법안을 주도해왔지만,[4] 미국도 이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미국의 모든 50개 주에서는 제조회사가 소비자에게 수리 매뉴얼과 부품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도입하여 수리가 용이한 제품 설계를 장려하고 있다.[5] 이는 재활용 회사 역시 분해 작업을 더 쉽게 수행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미래지향적인 제품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이 모듈형 설계, 표준화된 부품, 접근이 용이한 분해 지점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향후 AI 기반 분해 시스템은 제조회사 데이터베이스와 통합되어 로봇이 도면에 접근하고 재활용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최적화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자동화된 분해 기술은 코발트, 리튬, 희토류 금속과 같은 원자재의 채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자원 채굴은 환경적으로는 파괴적이며, 지정학적으로는 민감한 문제다. 분해 및 자원 회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 재활용 효율을 높여 자원의 신규 채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시스템은 귀중한 반도체, 배터리 셀 그리고 고순도 금속 소재들을 선별적으로 제거하여 신제품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와 다음 수순
AI 기반 전자제품 재활용 기술이 널리 채택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사엔즈 박사와 그의 팀은 확장성과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로봇공학과 AI 기술이 분해 속도를 높이고, 폐기물을 줄이며, 자원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기술의 가장 유망한 측면 중 하나는, PC를 넘어 다양한 전자기기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PC 외에도 휴대전화 및 산업용 전자기기와 같은 제품을 처리하는 대규모 재활용 작업에도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모듈형 설계를 통해 로봇은 작업에 따라 도구를 변경할 수 있어 시스템을 더욱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AI 기반 분해 기술을 제트 터빈 및 현재 재제작 중인 기타 부품에도 적용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제품 여권(DPP) 기술의 발전으로 제품 데이터의 가용성이 증가하면 AI 시스템이 전자제품을 보다 신속하게 평가하고 분해하는 능력이 지금보다 더욱 향상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과거 데이터 부족이 하나의 장애 요소이지만,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순환 경제 원칙을 받아들여 데이터 접근성이 향상되면 로봇 분해 기술의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사엔즈 박사는 믿고 있다.
사엔즈 박사는 높은 초기 비용을 장애 요소로 보지 않는다. 그는 Al 기반 분해 기술이 노동 집약적인 프로세스를 최소화하고, 자원 회수율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운영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믿는다. 산업이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나아가도록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관련 업계는 이러한 솔루션을 채택해야 할 더 많은 이유를 갖게 될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이는 더욱 비용 효율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사엔즈 박사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 최적화되어 자동화 기술이 복잡한 분해 작업을 처리하고, 인간이 그러한 프로세스를 감독 및 정밀 조정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지속적인 연구와 산업 협력을 통해 AI 기반 전자제품 재활용 기술은 폐기물 관리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제조회사와 재활용 회사에게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될 수 있다.
맺음말
엔지니어에게 자동화된 전자제품 재활용 기술의 부상은 도전 과제이자 기회다. Al 기반 분해를 염두에 두고 제품을 설계하고, 수리권 원칙을 활용하며, 디지털 제품 여권을 통합하면 전자산업이 보다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
로봇 비전, 머신러닝, 모듈형 제품 설계가 발전함에 따라 전자제품 재활용의 미래는 더욱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보인다. 사엔즈 박사는 자신의 연구팀이 더욱 혁신적이고 실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산업계 전문가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만들고 싶지 않다. 우리는 업계 리더들로부터 그들이 직면한 특정 도전 과제들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1]https://ewastemonitor.info/gem-2020/.
[2]https://www.iff.fraunhofer.de/en/press/2025/automated-electronics-disassembly-first-milestones-in-the-research-project.html/.
[3]https://data.europa.eu/en/news-events/news/eus-digital-product-passport-advancing-transparency-and-sustainability/.
[4]https://www.europarl.europa.eu/news/en/press-room/20240419IPR20590/right-to-repair-making-repair-easier-and-more-appealing-to-consumers/.
[5]https://www.ifixit.com/News/108371/right-to-repair-laws-have-now-been-introduced-in-all-50-us-st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