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5.0의 중심에 있는 인간 중심성
기술이 도구에서 팀 동료가 되다

(출처: bsd studio/stock.adobe.com)
산업 혁명이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증기기관, 조립 라인, 작업자가 직접 손으로 수행하던 작업을 지치지 않고 수행하는 로봇 팔 등을 연상한다. 하지만 산업의 차기 진화가 단순히 더 스마트한 기계의 실현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와 함께 진화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인더스트리 5.0의 비전이 바로 이것인데, 단지 자동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꿈꾸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필요와 가치를 기술 진보의 중심에 두는 것이 이 새로운 산업 접근 방식의 기반이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간 기계,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최적화하여 더 많은 작업을 더 빠르게, 더 적은 인력으로 수행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화와 자동화에 매몰되어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다. 바로 인간적인 경험이다. 인더스트리 5.0은 이것을 회복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혁신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게 아니라, 목적에 맞게 재조정함으로써 말이다.
진보의 개념 재정립: 효율성에서 권한부여로
이전의 산업 혁명은 규모, 효율성, 생산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증기기관에서 조립 라인,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생산량을 증폭시키며 발전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이에 적응하거나 혹은 배제되어야 했다.
이제 인더스트리 5.0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만약 우리가 단지 이윤이 아니라 사람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어떨까?” 그 핵심으로, 인더스트리 5.0에서 인간 중심성(human-centricity)이란 주주가치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자 가치로 초점을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즉, 노동자, 지역사회, 소비자가 산업 발전의 본질적인 파트너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기술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간의 더 나은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작업을 완전히 자동화하고 노동자를 배제하는 대신, 인더스트리 5.0은 협업 기반의 작업 모델을 장려한다. 코봇(cobots)이 그러한 예이다. 코봇은 인간과 함께 안전하게 작업하며,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협업 로봇이다. 이것은 과거의 작업 방식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더 스마트한 설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협력을 통한 권한 부여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인간과 기계 간 협업의 부상
인더스트리 5.0의 배경 철학에는 기계가 강력한 도구라는 것에 대한 인정이 자리한다. 하지만 기계는 인간이 가진 상황 판단력, 적응력, 창의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계가 신중하게 활용될 때, 자동화는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고도화된 첨단 제조 시설에서는 이미 이러한 협업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작업자가 증강 현실(AR)을 활용해 복잡한 조립 작업을 수행하거나, 컴퓨터 과학 관련 전공자가 아니어도 로우코드(low-code) 플랫폼을 통해 자동화된 작업 흐름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들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이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산업이 어떻게 노동자와 대립하지 않고 함께 진화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전기 엔지니어들이 있다. 보다 직관적인 HMI(human-machine interface)를 설계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은 전문적인 기술 시스템과 비전문적인 사용자 사이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음성 명령, 터치스크린, 제스처 제어, 혹은 그 어떤 방식으로든 기술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투자
인더스트리 5.0의 인간 중심 철학을 가장 실용적으로 표현한 것 중 하나는 인력 계발에 있다. 미래지향적인 기업들은 직원들을 단순히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장기적 투자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들 기업이 이상주의자여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필요가 있어서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체 노동자의 59%가 재교육(reskilling)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1]
디지털 활용 능력, 시스템적 사고, 적응형 기술에 대한 수요는 기존의 교육이나 채용 모델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내부 교육 및 역량 향상 프로그램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인력을 줄이는 것 대신, 인더스트리 5.0은 기존 팀이 도구를 배우고, 프로세스를 적응하며, 자기 업무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지지한다. 이러한 선제적 접근 방식은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기업의 지식 기반을 보존하며, 직원과 기업 모두의 장기적인 회복력을 강화한다.
기술에 대한 신뢰가 기술 발전의 필수 요소
인간 중심성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작업자들은 기술 혁신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느껴야 하며, 결코 그것이 자신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느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명한 엔지니어링 이상의 것이 필요하며, 신중한 관리 체계와 투명한 설계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채용, 일정 관리, 성과 관리 등에 사용되는 머신러닝 시스템은 편향이 없어야 하고, 의사 결정 과정은 누구에게나 설명 가능해야 하며, 인간의 감독이 가능한 개방 구조여야 한다. 윤리적인 AI는 인더스트리 5.0의 기초이며, 단지 주석 수준의 보조 개념이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동화 장비를 도입할 때는 현장 직원들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참여시켜야 한다. 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할 사람들을 설계에 참여시키면 더 나은 수용성, 더 나은 장비, 그리고 더 나은 작업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인간 중심성은 철학 이상의 의미가 되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실질적인 실행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산업을 위한 총체적 비전
인더스트리 5.0의 비전은 특정 장치나 정책, 또는 공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노동의 존엄성, 의미 있는 협업, 그리고 포용적 발전에 대한 광범위한 약속이다. 산업의 진화로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람들이 뒤처지지 않고 함께 도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인더스트리 5.0의 비전이다.
물론, 어떤 산업 혁신도 단 하나의 기둥만으로 세워질 수는 없다. 인더스트리 5.0은 인간 중심성과 함께 꾸준한 지속 가능성과 체계적 회복력을 요구하는데, 이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하나도 사람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노동력을 배제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은 변화하는 요구와 규제 앞에서 안정적일 수 없다. 작업자의 숙련도와 요구를 무시하는 공급망은 결국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인더스트리 5.0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즉, 기술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은 기술이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설계를 하고자 할 때 우리의 의도가 설계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출처:
[1]https://www.weforum.org/publications/the-future-of-jobs-report-2025/dig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