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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 5.0으로 살펴본 산업의 역할 변화

매트 캠벨(Matt Campbell) / 마우저 일렉트로닉스(Mouser Electronics)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2년에 인더스트리 5.0에 대한 비전을 요약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순수한 기술 가이드라기보다는 법률과 비즈니스 관행을 안내하는 지침서 역할을 한다. 인더스트리 5.0은 단순히 다음 단계의 산업 혁명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주의, 지속 가능성, 회복력을 우선시하는 기존 기술의 재구성이다. 산업은 단지 경제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 규모와 영향력을 활용하여 사회적, 환경적 복지를 선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더스트리 4.0과 인더스트리 5.0 비교 (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연구혁신총국(Directorate-General for Research and Innovation, European Commission), “인더스트리 5.0, 유럽의 혁신적 비전(Industry 5.0, a transformative vision for Europe)”. CC BY 4.0에 따라 사용을 허가 받음)

 

지금까지 총 4차례의 산업 혁명은 각 단계마다 에너지와 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1700년대 초중반 석탄 증기 기관의 발전은 1차 산업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더 이상 적절한 수력과 풍력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기계화된 제조업은 선진국 경제의 근간이 되었다.

산업의 역할 변화 중 일부는 산업의 본질적인 가치 변화에서 비롯된다. ‘산업’이라는 단어는 공장과 조립 라인을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 오늘날의 경제는 거대 기술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사람들이 매일의 일상과 업무에 사용하는 도구를 개발함으로써 산업을 인간 경험의 여러 측면과 밀접하게 연결해 왔다. 따라서 유럽 집행위원회는 산업의 목표를 인류의 발전과 연계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유럽 집행위원회가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지침으로 정의한 인더스트리 5.0의 세 가지 핵심 축, 즉 인간 중심주의, 지속가능성, 회복력에 대해 살펴본다.

 

인간 중심주의

전자 산업은 각 산업 혁명의 기술적 영향에 주로 초점을 맞추지만, 1차 산업 혁명의 사회적 영향은 인더스트리 5.0의 인간 중심주의라는 핵심 축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동기를 제공했다. 기계화와 자동화는 거시적 차원에서 산업 생산량과 효율성을 즉각적으로 향상시켰지만, 개별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노동 계층이 언제 산업화의 경제적 혜택을 정확히 경험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주로 그 시기는 1800년대 초에서 1800년대 중반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장보다 공장에서 일하며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시작했을 때조차,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위험한 환경, 그리고 인구 급증에 대비하지 못한 열악한 도시 환경에 직면해야 했다. 산업화와 자동화의 발전은 직장과 가정의 노동자들에게 파급 효과를 미친다. 인더스트리 5.0은 기업과 입법자들에게 기술의 발전을 보다 총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인간 중심적인 기업은 주주 가치의 극대화라는 명제를 이해관계자의 가치 향상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때 이해관계자에는 노동자도 포함된다. 노동자는 부채가 아닌 투자로 간주된다. 기술 혁신의 목표는 인간 노동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워크플로우가 업그레이드될 때 기업은 노동자를 (자동화된 기계로) 대체하는 대신, 현재 노동자를 새로운 기술에 맞게 교육할 수 있다. 초기 산업 혁명에서는 자동화로 인해 공장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들었지만, 엔지니어링 및 경영 관리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오늘날 로봇 공학과 디지털화는 훨씬 더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이러한 디지털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기존 노동자의 신기술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면 노동자의 생계를 보호하고 기업의 지식 투자를 보호할 수 있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노동자의 59%가 재교육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노동자의 교육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인재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인더스트리 5.0은 기업이 노동자를 대체하기보다는 증강하는 것을 목표로 신기술을 적용하도록 권고한다. 이 지침은 인간과 기계 간의 협업을 장려하여 기계의 연산 능력과 강점, 그리고 인간 노동자의 기술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노동자는 신기술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그것이 자신의 생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야 한다. 실제로 이는 전문가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 HMI)를 갖춘 다루기 쉬운 자동화 솔루션,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협동로봇(cobot), 그리고 복잡한 작업을 지원하는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AR)을 포함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

“새로운 산업 전략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18년 7월에 제시하고 인더스트리 4.0에 포함되었으며 2021년 5월에 부분 개정된, 경쟁력에 대한 다소 ‘고전적인’ 헤드라인 지표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비즈니스 성과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목표와 지표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보고서는 지속가능성을 수익과 성장보다 뒤에 두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의사 결정의 지침서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 외 지역에서는 기업이 지속가능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 보고하는 것이 대부분 자발적인 데 반해, EU 내에서는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가 지난 10년 동안만 법으로 제정되었다. 산업화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매우 초기 단계의 개념이다. 첨단 제조 기술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완화하는 데 더 효과적이지만, 산업 성장과 환경적 책임 사이에는 여전히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인공지능(AI)과 기타 컴퓨팅 집약적 애플리케이션의 광범위한 도입은 산업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환경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강조한다.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는 급증하는 작업 부하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며, 2026년에는 전력 소비량이 1,000TWH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까지 인터넷 인프라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디지털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인더스트리 5.0의 핵심 목표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보고서는 디지털화가 소비 중심의 사물 인터넷에서 벗어나 낭비를 줄이고 사용자 중심적인 "사람-지구-번영을 위한 디지털"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따라서 산업계는 단순한 수익 증대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디지털화가 사회적, 환경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보다 광범위하게 고려해야 한다.

산업계가 EU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는 한 가지 방법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을 통하는 것이다. 이 지침은 유럽 위원회의 인더스트리 5.0 보고서 이후 2022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CSRD는 EU에 기반을 둔 대기업과 EU에서 상당한 사업을 운영하는 외국 기업이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조사하여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CSRD는 2024년에 발효되어 비재무 보고 지침(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NFRD)을 대체하여 보고해야 하는 기업의 수를 늘리고 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환경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보고 외에도, 이 보고서는 자원을 순환시켜 폐기물을 줄이는 순환 경제를 촉구한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구식이 되고 교체됨에 따라 전자 폐기물은 산업계에서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2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6,200만 톤의 전자 폐기물이 발생했는데, 그 중에서 수거 및 재활용되는 양은 4분의 1도 안 됐다. 인더스트리 5.0은 제품의 수명 주기를 순환적으로 설계하여 폐기물을 줄이고 새로운 원자재 확보의 필요성을 줄이는 순환 경제를 꿈꾼다.

 

 

회복력

“기존 경제 내에서 회복력을 구축하고 미래의 충격과 스트레스에 대해 회복력이 더욱 강한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 전환하는 것이 앞으로 유럽의 사명이 되어야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인더스트리 5.0 보고서를 발표한 시기는 많은 산업이 여전히 공급망 이슈의 여파를 겪고 있던 2022년 초였다. 그 결과, 인더스트리 5.0의 핵심 요건으로 외부 충격에 강한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인더스트리 4.0의 데이터 인텔리전스와 글로벌 공급망이 결합되어 기업들이 재고 관리에 적시 생산(just-in-time, JIT)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다. JIT는 원자재 주문을 생산 일정에 맞춰 매핑하여 자재가 생산공장에 ‘제때’ 도착하도록 한다. 이는 방대한 현장 재고 관리의 필요성을 회피하기에는 효과적인 전략이었지만, 팬데믹은 일관된 공급망에 의존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망 중단이라는 사태가 어떠한 충격파를 던져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공급망이 회복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이전의 JIT 관행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인더스트리 5.0은 기업들이 취약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공급망이 짧을수록 더 길고 복잡한 공급망보다 신뢰성이 높아지므로, 보고서는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탈중앙화를 우선시한다. 로컬에서의 제조, 식품 생산, 에너지 생산은 이미 구축된 지역 인프라를 사용하므로, 중앙 집중식 솔루션에 비해 회복탄력적인 구축이 가능하다. 탈중앙화 개념은 온라인 세계에도 적용되어, 더욱 분산된 사용자 제어 인프라를 갖춘 분산형 웹 3.0 구상을 제기한다.

인더스트리 4.0 기술은 기업이 인더스트리 5.0의 목표에 맞춰 회복력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한다. 전체 프로세스 또는 공급망을 디지털 트윈으로 모델링하여, 기업은 조립 라인이나 공급망의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또 다른 특징인 예방정비는 불필요한 다운타임을 줄여준다. 인더스트리 4.0은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로 이러한 기술을 도입했다. 이러한 인더스트리 4.0 기술을 인더스트리 5.0 환경에 접목한다는 것은 이러한 기술이 인간 중심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회복력에 기여할 수 있는 더 광범위한 방식을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린(Lean) 시스템인 JIT 공급망은 ‘만일을 대비한’ 재고 백업보다 재정적 간접비용이 적게 들 수 있지만, 인더스트리 5.0은 기업이 단순한 수익 이상의 것을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결론

인더스트리 5.0은 또 다른 산업 혁명이 아니라 산업의 진화이다. 기업이 노동자를 이해관계자로 인식하고, 지속가능성을 우선시하며, 회복탄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이 새로운 프레임워크는 단순한 경제적 산출량에서 벗어나 인류의 웰빙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산업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