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로봇의 진화와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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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루이스(Brandon Lewis), 마우저 일렉트로닉스
2024년 6월 18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봇이라고 하면 단단한 금속과 뻣뻣한 동작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통념을 뒤엎는 또 다른 종류의 로봇이 있는데, 바로 유연하고 나긋나긋하며 기계라기보다는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로봇이다.
이 같은 로봇을 소프트 로봇이라고 한다. 소프트 로봇은 강철과 흑연 대신 실리콘, 고무, 젤과 같은 소재로 제작되어 기존의 기계로는 거의 불가능한 동작의 범위와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다. 소프트 로봇은 독특하게 움직이고 행동하기 때문에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에 비해 충돌 저항성이 향상되고 복잡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이 글에서는 로봇을 비롯하여 관련 분야에 대한 역사, 장점과 단점,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되고 있는 여러 가지 매력적인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본다.
소프트 로봇의 간략한 역사
유연한 재료로 로봇을 제작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오늘날 로봇의 개념만큼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실질적인 개발은 1950년에 개발된 맥키벤(McKibben) 인공 근육에서 시작되었다.[1] 맥키벤 공기 근육이라고도 알려진 이 장치는 편조 메쉬로 차폐된 유연한 공압 튜브로 구성되어 있다.[2] 이는 원래 정형외과용으로 개발되었지만 개발된 이후에는 여러 가지 로봇 설계에 사용되었다. 또한 맥키벤은 현대 소프트 로봇 분야의 토대를 마련한 다양한 기술에 영감을 주었다.
소프트 로봇의 획기적인 발전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1990년에는 S. 시마치와 M. 마투모토가 손가락 표면 변형, 마찰 및 조착에 대한 분석인 소프트 핑거의 접촉력에 관한 연구(A Study on Contact Forces of Soft Fingers)[3]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후, 최초의 플렉서블 실리콘 러버 마이크로 액추에이터가 개발되었다.[4]
그 후 몇 년 동안 촉수와 코끼리 몸통을 본뜬 조작기, 정전기성 폴리머로 구성된 인공 근육, 유체 액추에이터 등 수많은 신기술과 혁신 제품이 등장했다.
그 이후로 생체로부터 영감을 얻은 로봇과 소재의 개발은 계속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2016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최초의 진정한 자율 소프트 로봇인 '옥토봇(Octobot)'을 발표했다.[5] 최근에는 코넬 대학교에서 손상을 감지하고 치료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6]
소프트 로봇 꿰뚫어보기
소프트 로봇은 일반적으로 컴플라이언스 매칭(Compliance Matching)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유체, 엘라스토머 또는 젤과 같은 유연한 물질로 구성된다. 이 프로세스에는 재료의 기계적 특성을 주변 환경과 밀접하게 일치하도록 조정하여 균일한 하중 분포를 보장하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소프트 로봇은 구동과 관련하여 다음 시스템 중 하나 이상을 활용할 수 있다:[7]
- 공압 액추에이터는 압축 공기를 사용한다.
- 유압 액추에이터는 오일이나 물과 같은 유체를 활용한다.
- 열반응성 액추에이터는 형상 기억 합금(SMA)이라고도 하며 열에 노출되면 모양이 변한다.
- 전기 활성 폴리머 액추에이터는 전극, 절연 폴리머, 전도성 폴리머의 조합을 사용하여 구동한다.
- 자기 액추에이터는 자기장을 적용하여 모션을 만든다.
- 광반응성 액추에이터는 가시 스펙트럼 내의 빛에 반응하여 모양을 변경한다.[8]
- 폭발성 액추에이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력과 이동을 위해 폭발물을 사용한다.[9]
소프트 로봇을 제작 및 제조하는 가장 일반적인 공정인 소프트 리소그래피 몰딩은 다음 단계로 구성된다:[10]
- 컨스트레인트 레이어라고 하는 내부 부품을 제작한다. 이 부품은 움직임에 필요한 강성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3D 프린팅이나 주조를 통해 제작한다.
- 원하는 폼 팩터에 따라 로봇의 유연한 외부 레이어를 모델링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실리콘 고무 또는 이와 유사한 재료를 특수 목적으로 제작된 몰드에서 주조 및 경화함으로써 수행된다.
- 경화되지 않은 엘라스토머를 통해 서로 다른 레이어를 결합한다. 재경화 후 완성된 액추에이터를 몰드에서 제거한다.
더욱 복잡한 소프트 로봇은 로봇의 온보드 소프트웨어 및 펌웨어 개발을 포함하여 추가적인 개발 또는 제조 단계가 필요할 수 있지만, 핵심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된다.
소프트 로봇의 장단점
소프트 로봇은 복잡한 로봇에 비해 많은 장점이 따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며, 모든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프트 로봇은 복잡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유연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모양으로 특히 복잡한 동작이나 섬세한 핸들링이 필요한 다기능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리지드 로봇(Rigid Robot)은 유연성이 떨어지고 복잡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더 강력하고 정밀하며 하중 용량이 더 높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리지드 로봇은 중공업 분야, 특히 정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분야에서 소프트 로봇보다 성능이 뛰어나다.[11]
소프트 로봇은 충격을 흡수하는 재질로 제작되기 때문에 충돌로 인한 손상이 리지드 로봇보다 덜하지만 펑크, 찢어짐, 절단 등의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소프트 로봇의 소재는 리지드 로봇보다 비용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경향이 있다. 소프트 로봇의 소재는 생체 물질과 더 유사하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 매칭에 대한 접근성도 더 낮다.
그러나 두 가지 커다란 단점이 이 같은 이점들을 상쇄한다:
- 소프트 로봇에는 조달이 어려운 특수 개조된 전자 부품이 필요할 수 있다.
- 또한 소프트 로봇은 리지드 로봇에 비해 제어 및 전력 요구 사항이 더 높은 편이다.
소프트 로봇이 리지드 로봇에 비해 갖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더 적합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리지드 로봇의 동작과 외관이 투박하게 느낄 수 있는 반면, 소프트 로봇의 경우 생체 적합성 설계로 인해 자연스럽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2023년 워싱턴 주립대학교(Washington State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소프트 로봇과 공존할 경우 로봇과 함께 근무하거나 로봇에 일자리가 대체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
헬스케어 분야의 소프트 로봇
소프트 로봇의 잠재적 사용 사례는 매우 다양하며,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끊임없이 모색되고 있다. 맥키벤 인공 근육이 처음에 의료 목적으로 개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프트 로봇이 의료 분야에서 특히 유용할 것이라는 점은 당연해 보인다.
소프트 로봇의 유연성이나 구조적 신축성은 정교한 사지를 위한 대체물을 개발하는 데 쉽게 적용될 수 있다. 2015년 스탠포드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인공 피부 덕분에 이러한 차세대 보철물들은 잠재적으로 촉각을 감지하는 유기적 사지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13] 소프트 로봇이 이미 자가 수리와 자율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에는 착용자와 함께 치유하고 성장하는 보철물이 개발될 수도 있다.[14], [15]
소프트 로봇 디자인은 움직임이 제한된 환자를 위한 보조기나 웨어러블 신체 재활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의 외골격은 리워크(ReWalk), 엑소 바이오닉스(Ekso Bionics), 사이버다인(Cyberdyne)과 같은 기업들에서 각각 고유의 기술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16] 소프트 로봇의 외골격은 기존의 뻣뻣한 외골격에 비해 더 나은 편안함과 휴대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더 자연스러운 동작 범위를 지원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17]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프트 로봇을 사용하여 장기나 근육과 같은 손상되거나 누락된 신체 내부 부위를 대체하거나 재건할 수도 있다. 인공 장기는 외과의와 기타 임상의들이 보다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습을 하는 등 의료 훈련에도 활용될 수 있다.[18]
의사들은 보철과 재활 용도로 활용되는 것 이외에도 소프트 로봇과 인공 지능을 결합하여 놀랍도록 정교하고 최소한으로 침습적인 진단 절차와 수술을 구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보스턴 대학교 재료 로봇 연구소(Boston University Material Robotics Laboratory)의 설립자이자 소장인 쉴라 루소(Sheila Russo)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하버드 의대 학생들과 협력하여 루소 교수와 연구진은 대장 내시경 검사 중 출혈을 감지하는 소프트 센서와 내시경 시술 중 보다 쉽게 탐색할 수 있는 햅틱 피드백 장갑을 개발했다.[19], [20] 최근에는 폐 생검 시 소형 소프트 로봇의 사용을 평가하는 논문을 발표했다.[21]
소프트 로봇은 젤라틴 기반 장치를 통해 신체의 특정 부위에 약물을 투여할 때에도 사용될 수 있다.[22] 이 기술의 잠재력은 약물 전달 그 이상이다. 예를 들어, 2023년 리즈 대학(University of Leeds)의 연구진들은 폐로 들어가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23] 마지막으로, 의료 종사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노인을 위한 보조 로봇으로 휴머노이드 소프트 로봇을 배치할 수 있다.
다른 잠재적인 소프트 로봇 애플리케이션 살펴보기
소프트 로봇 기술은 의료 분야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유망하다. 하버드 비스 연구소(Harvard Wyss Institute)의 엑소슈트와 같은 소프트 외골격은 응급 구조대원과 산업 근로자에게 추가적인 힘과 보호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24] 또한 소프트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에 도달하고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색 및 구조 활동에 있어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소프트 로봇을 사용하면 응급 구조대원이 직접 수색을 수행하지 않고도 로봇을 보내 생존자를 찾기 위해 위험한 지역을 정찰할 수 있어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따른다.
한편 자기 복제와 자가 수리가 가능한 소프트 로봇은 진화 생물학, 생태계 복원, 건설 및 작물 관리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사용될 수 있다. 생물학자이자 엔지니어인 바바라 마졸라이(Barbara Mazzolai)가 개발한 식물 로봇 모델은 화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다.[25] 마졸라이의 '로봇 식물(Roboplant)'은 유기 식물의 뿌리와 유사하게 동작하며, 토양을 뚫고 자라면서 영양분과 화학 물질을 찾아 나선다.
마졸라이는 식물이 지상에서 자라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그로우봇(Growbot)'이라는 또 다른 로봇 모델도 개발 중이다. 그녀는 로봇 식물이 지구 표면의 자원을 이용해 토양을 경작하고 건물, 나아가 도시 전체를 키우는 데 사용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 같은 로봇은 우주비행사나 식민지 개척자들보다 먼저 타 행성에 도착해 착륙 지점에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식수, 전기, 통신 인프라를 갖춘 완전한 기능을 갖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공상 과학 소설이 과학적 사실로
이 글에서는 착용자조차도 유기체의 팔다리와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인공 사지, 자가 수리가 가능한 로봇, 로봇 식물을 통해 다른 행성을 테라포밍하는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모든 것들은 공상 과학 소설의 한 페이지에서 직접 가져온 개념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아마도 60~70년 전에는 실제로 공상 과학 소설에 나오는 내용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공상 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이 같은 혁신은 과학자들이 이미 수없이 반복하며 연구 중인 소프트 로봇 분야 내에 존재한다.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될 발전된 소프트 로봇은 더욱 지능적이고 유연하며 살아있는 생명체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며 순환 경제와도 맞물릴 것이다.
전자 부품 제거, 더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과 생성, 생물체의 수명주기를 모방한 로봇 개발 등이 잠재적인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26]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라고 하면 견고한 강철과 단단한 부품을 떠올린다. 유기체나 식물은 떠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식물은 그 자체로 완벽한 기계이며, 소프트 로봇이 이를 모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프트 로봇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소프트 로봇이 점점 더 생명체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출처
[1]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748-3190/acbb48/pdf
[2] https://softroboticstoolkit.com/book/pneumatic-artificial-muscles
[3] https://www.semanticscholar.org/paper/A-study-on-contact-forces-of-soft-fingers.-Shimachi-Matumoto/077436f9ad6d43e55bea9b831638b8c4b733aa26
[4] https://ieeexplore.ieee.org/document/114797
[5] https://news.harvard.edu/gazette/story/2016/08/the-first-autonomous-entirely-soft-robot/
[6] https://news.cornell.edu/stories/2022/12/soft-robot-detects-damage-and-heals-itself
[7] https://www.wevolver.com/article/powering-soft-robotics-a-deeper-look-at-soft-robotics-actuators
[8] https://www.elveflow.com/microfluidic-reviews/general-microfluidics/soft-robot/
[9] https://dash.harvard.edu/bitstream/handle/1/12388526/82522713.pdf
[10] https://www.elveflow.com/microfluidic-reviews/general-microfluidics/soft-robot
[11] https://soft-gripping.com/discover/soft-robotics-vs-hard-robotics/
[12] https://doi.org/10.1080/24725838.2023.2284193
[13] https://news.stanford.edu/2015/10/15/artificial-skin-bao-101515/
[14] https://www.iotworldtoday.com/robotics/self-healing-robot-unveiled-
[15]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robotics.adi5908
[16] https://www.cnbc.com/2020/03/22/how-wearable-robots-are-helping-people-with-paralysis-walk-again.html
[17]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9885398/
[18]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2516-1091/acb57a
[19]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isy.202100254
[20] https://ieeexplore.ieee.org/abstract/document/9981652
[21]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isy.202200326
[22]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978-981-16-5180-9_13
[23] https://www.genengnews.com/topics/cancer/tiny-robots-detect-and-treat-cancer-by-traveling-deep-into-the-lungs/
[24] https://wyss.harvard.edu/technology/soft-exosuits-for-lower-extremity-mobility/
[25] https://thereader.mitpress.mit.edu/the-plant-inspired-robots-that-could-colonize-mars/
[26]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robt.2023.1129827/full